살며 생각하며/지하철 사랑의 편지

뻔뻔스러운 사람은 자기

johnleejw 2013. 4. 15. 10:09

    

 

바로 당신

 

어느 여인이 공항에 도착했습니다. 비행기 시간은 아직 남아 있었습니다.

 잡지책과 한봉지의 과자를 샀습니다. 대합실에 앉아 잡지를 뒤적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잠시 뒤 한 남자가 방금 자기가 옆에 놓아둔 과자 봉지를 뜯는 것이 아닙니까. 놀랐지만 모른척하고 펼쳐진 봉지의 과자를 하나 집어 입에 넣었습니다. 그렇게 하면 그 남자가 눈치를 채고 물러 날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는 아무 말 없이 그냥 과자를 집어 입에 넣는 것이었습니다.

괘씸했으나 말하지 않고 계속해서 과자를 하나씩 집어먹었습니다. 그 남자도 말없이 과자를 하나씩 입에 넣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과자가 하나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그 남자는 마지막 과자를 절반으로 쪼개어 한 쪽을 여자에게 주고 나머지는 자기 입으로 가져갔습니다. 그리고는 손을 털고 일어나 갔습니다.

 

"세상에 저런 강심장도 다 있다니!?

잠시 뒤 비행기를 타고도 그 남자의 뻔뻔스런 모습이 떠올라 기분이 언짢았습니다. 비행기가 이륙하였습니다. 휴지를 꺼내려고 가방을 열었습니다.

 ! 그 속에는 자기가 잡지책과 함께 샀던 과자 봉지가 그대로 들어있었습니다.

 

뻔뻔스러운 사람은 자기였던 것입니다.

우리는 자칫 남을 바라보고 그의 잘못을 지적합니다. 그의 불친절과 무례함과 오만함을 언짢아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자신이 바로 그 사람인 것을 아는 사람은 흔치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