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생각하며/저마다의 삶
엄마 같은 딸
johnleejw
2014. 9. 23. 17:12
어제 저녁 무렵 500번 버스 안에서 였다
내 바로 앞자리에는 모녀가 앉았다(분명 모녀일 것이다).
어쩐 일인지 창가에 앉은 엄마는 피곤을 이기지 못한 채
잠에 빠져들었다.
안쪽에 앉은 딸은 왼팔을 뒤로 뻗어서 엄마의 머리가 창틀에 상하지 않게 받치고 있었다.
그뿐인가.
오른 손을 뻗어서 엄마의 머리 위를 가렸다. 에어컨 바람 구멍이 바로 위에 있었다!
너무 차가운 기운이 엄마의 머리에 바로 닿지 않게 하려는 것이 분명했다. 팔이 아프면 잠시 내렸다가는 다시금 쳐들어서 바람을 막았다.
긴 시간 오는 내내 그러는 모녀를 남겨두고 버스에서 내렸다.
축복하는 마음도 함께.
아, 세상이 삭막하다해도 이런 정겨움도 있다.
딸 같은 딸이 아니다.
분명 엄마 같은 딸이 아닌가.
*실례를 무릎쓰고 뒷모습을 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