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폭풍
애팔레치아 구릉의 전망 좋은 바위 끝에 2백년이나 된 나무 한그루가 외로이 서있습니다.
옹이 투성이의 굶은 몸체는 두세기 동안 산등성이에 몰아친 강풍으로 휘어 한쪽으로 잔뜩 기울어져 있습니다.
식물학자들은 이런 현상을 ‘크럼홀츠 효과’라고 부릅니다. 바람이 계속 한쪽에서 불어 나무가 어정쩡한 자세로 고정되는 현상입니다. 오랜 세월 이 나무는 폭설과 우박 그리고 계곡 바닥에서 항시 올라오는 서풍을 견뎌낸것입니다.
얼핏보면 이 나무는 등성이에 매달린 채 반쯤 죽어 보입니다. 그럼에도 해마다 이 고목에는 짙푸른 신록의 침엽들과 토실토실한 솔방울들이 주렁주렁 맺힙니다.
그 독야청청의 비결이 무엇일까요?
답은 표면 밑에 있습니다. 강풍이 몰아칠 때마다 뿌리는 땅으로 더 깊이 파고들며 억척스런 손아귀를 뻗쳐갔습니다. 가지들도 해가 갈수록 얼음과 눈의 무게를 견디며 굵어지고 강해졌습니다.
아! 어느 누구도 다 인생의 거센 폭풍을 만나게 마련입니다.
그 폭풍에 누구는 강하여지고 누구는 넘어져 버린다는 사실입니다. 차이를 낳는 것은 폭풍의 강도가 아니라 우리자신의 성품의 깊이입니다.
깊은 성품은 삶의 폭풍을 견디는 정도가 아니라 오히려 더 강해지는 것입니다.
p.s 어제 늦은 저녁 무렵 뒷 관악산 자락으로 가벼운 산행을 나섰다가 오는 길에...
한 나무가 벌렁 누워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아마 근일의 바람에 넘어진듯. 놀라운 일은...제법 아름드리 높은 나무인데
뿌리는 한 웅큼 이더라는 사실. 하도 신기해서 다시 돌아가서 뿌리를 살펴보았습니다. 큰 나무 보잘 것 것 없는 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