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hnleejw 2016. 4. 24. 15:30

송별

 

그대

가시게나

 

그대를 품기에

이 땅은 너무 비좁거나

그대를 안기에

이 토양은 너무 메마를 수도 있는데

 

조국도

더 이상 그대의 고향이 아닌 것은

아내와 피붙이 있는 그곳이 그대의 밭일 터

 

2년여

고인 물을 한바탕 휘젓던

그 열심 그 열정으로 다시금

그대의 땅을 파 일구시게나

 

그렇게

그대는 가시게나

 

 

P.S 해외에 살던 그가 뜬금없이 돌아온 것은- 한 선교단체의 실무담당자로 위촉되었기 때문이었다. 느닷없이 만나기도 하고 저녁도 먹고 이른 해장도 했다. 가족을 다 놔두고 홀로이 와서 지내는 그의 일상은 늘 허허했다. 그러나 남다른 생래적 에너지를 가진 그는 고적한 저녁시간과 홀로 먹는 조반의 일상을 딛고 바지런히 움직였다. 적어도 그에게 주어진 자리 이상으로 그는 뛰었다. 그의 주변에는 언제나 긴장과 생기가 맴돈다.

그런 그가 떠나기로 했다는 연락이 왔다. 역시 그답다. 예측은 했지만 깜짝스런 결단이다.

나는 감히 단언할 수 있다. 삼십년 넘게 해외에서 지낸 그이다. 그의 사고와 일처리 스타일은 서구적 그것이다. 그것이 거품으로 분주한 한국사회와 특히 한국적으로 고착된 한 조직 안에서 가졌을 충돌과 갈등, 특히 권위화 된 목사들의 조직인 선교단체에서 그의 자리는 어느 정도나 담보될 수 있었을까.

이제 처자식이 있는 그 자리로 돌아가는 그에게 흔연히 손을 흔들어준다. goodbye broth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