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 그리고 목양/목양 칼럼
‘애경사’용 목사
johnleejw
2016. 7. 2. 11:55
‘애경사’용 목사
영어로 주례를 한 적이 있다.
신랑은 화교 출신이었는데 영어 외에는 몰랐다.
신부의 부모는 십수년 전에 우리 교회의 교인이었다.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그 모친의 부탁을 받고 주례를 봤다.
서툰 영어이지만 성심껏 새 신랑신부를 축복하고 싶었다.
식 직후, 신부 모친은 걸어 나오는 내게 사례비라며 봉투를 내밀었다.
그렇게 그들은 사라졌다.
한 여름 날, 장례를 집례한 적이 있다.
이십여년 전에 한 교회를 섬기던 권사였다.
개인적으로 귀하게 여기던 분이었기에
행여나(?) 줄지도 모르는 사례비는 안받기로 아내와 상의하였다.
장례는 선산에서의 매장과 하관예배로 까지 이어졌다.
마친 후 유가족들과 인사를 한 후 앞서서 내려왔다.
그리고 그들은 사라졌다.
점령군처럼 다가왔던 그들은
마치 전리품을 다 해결했다는 듯이 일상 속으로 사라져갔다.
단지 급한 시간에 목사를 조달해야했을 뿐이다.
어느 목사는 결혼 주례할 때마다
‘너희는 결혼기념일마다 내게 편지하라’했다지만
그것도 기억에나 남았을지 알 턱이 없다.
이미 서양이 그렇듯이
우리네도 일상의 ‘애경사용’으로 목사가 필요하다면
그것이야말로 메마른 종교의 적나라한 얼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