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hnleejw 2017. 11. 19. 15:16

기와 보시(報施)

 

 

산행을 갔다가

가을빛이 잦아드는

신흥사 마당을 지나다

 

마당 한편으로 줄을 이루고 있는

기와 보시의

보란 듯한 긴 대열...

 

기왓장

하나하나에 올려 져 있는

애절한 기원들

 

가족안녕 사업번창 신체건강 공무원합격 행복기원...

그리고는 정성껏 붙여진

자기이름 자녀이름 가족 이름들...

 

저들은 왜 사찰을 찾는가

사람들은 왜 신을 찾는가

 

복을 구함이다

오롯이 나를 위한 祈福이다

육을 지닌 인간에게 이를 어찌 타박하랴

 

그러나

이 원초적 한계를 벗어나지 않는 한

기독교도 참 기독교는 아니다

하나님이 아닌 자기를 섬김이다

 

그가 무슨 말로 신앙을 설파해도

그가 어떤 신앙 스펙을 내놓아도

자기 구복에 맴도는 한

그의 신앙은 여전히 기와 보시일 뿐이다

 

오늘도 주일 예배를 마치고

돌아간 교인들을 생각해본다

이들은 진정 주님을 섬기는 이들이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