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생각하며/저마다의 삶
이발소에서
johnleejw
2019. 9. 21. 07:14
이발소에서
이쪽으로 이사 온 이후
근처 골목의 이발소를 단골로 잡았다
늘그막 아저씨 홀로 하는 70년대식 이발소
어제는 들어가서 자리에 앉자마자
그가 긴 한숨을 내쉰다
‘해도 너무하는 것 아니우?
나 같은 놈은 평생 죽어라고 머리 깎아도
사는 게 이 모양인데...
어떤 놈들은 내외간이 별 재주를 다 부려’
무슨 소리인가 싶었다
앞에 켜져 있는 TV화면을 보고야 알았다
계속 이어지는 말 속에는
그의 인생도 담겨있다
‘나도 표창장 많이 받아봤어여
대통령이 준 거, 구청장이 준 거...
그거 다 쓸데 없어
뉴스보다 화 나서 다 꺼내 태워 버렸어’
아, 말수 적은 이발사 아저씨 마저
화나게 만드는 우리 사회에서는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