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hnleejw 2020. 4. 14. 11:03

                 산책 길에서

 

보라매 공원을 끼고 사는 것은

내겐 돈으로 계산 못 할 복이다

 

아직은 연두 빛이 머뭇거리는

동산 산책길

 

군데군데 벤치가 있고

누군가는 거기 앉아 있다

 

대개는 연세 드신 어르신들이

숨을 돌리며 숲을 아우르며 쉬고 있다

 

지금 저분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예부터 인생은 사계절이랬는데

 

그가 걸어온 봄은 얼마나 벅찼을까

그가 살아온 여름은 얼마나 푸르렀을까

허지만 누구나 가을을 만나고 겨울에 이르른다

 

만일 내가 그를 드려다 볼 수 있다면

펄벅이나 박경리 만이 아닌 그의 인생길도

분명 대하 드라마일 터

우린 저마다 펴내지 못한 장편 소설임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