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생각하며/저마다의 삶

나훈아에게서 배우다

johnleejw 2020. 10. 2. 09:43

나훈아에게서 배우다

 

 

추석 연휴가 시작되는 저녁

아내가 나훈아 TV쇼를 한번 보자고 했다

나는 그리 내키지 않았다

 

솔직한 고백은

이미자 나훈아 남진 등이 전성기를 누리던 즈음

나는 그 같은 부류의 가수들을 탐탁치 않게 여겼다

 

유행가와 거리가 있는 종교인이기도 했지만

그런 유의 트로트는

질이 낮은 노래라고 치부했다

 

엊저녁, TV쇼를 곁눈으로 보다가 빠져들고 말았다

그의 멘트에는 철학이 있었다

그의 무대 장악력은 거침이 없었다

 

더구나 두 시간 넘게 부른 노래들 중 다수가

그가 작곡하고 그가 작사한 것이라는 점!

작사한 노랫말들은 때로 한 편의 시처럼 보이기도 했다

 

나는 나훈아의 무게를 인정하기로 했다

그저 오다가다 한두 곡 넘겨받아 노래나 불러서

그게 어쩌다 힛트하여 누리는 그런 가수가 아니었다

 

여전히 그의 노래들을 잘 모르지만

그가 가황(歌皇)이라 불림을 인정하기로 했다

그는 실력이 꽉 찬 내공의 소리꾼이었구나

 

누구든 한 길을 평생 걸었다면

그 방면의 내공이 이래야 하지 않을까

심각하게 심각하게 자신을 돌아보게 된 이 저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