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hnleejw 2009. 10. 20. 10:55

사모는 라이벌

 

한국 교회에서 사모는 누구인가? 이것보다 어려운 질문은 없는가 싶다.

그래서 요즘은 담임 목회자 청빙 광고란에 심심치 않게 사모의 이력과 소개서도 내라고 요구하는 진풍경도 연출되고 있다. 그 교회는 어떤 사모를 원하는 것일까? 능력 있게 교회의 한 분야를 커버하는 사모? 아니면 그림자 마냥 숨어있는 사모?

한국교회 사모들 세 사람 중 두 명은 배우자가 목회자의 길을 걷게 돼 사모가 됐다고 한다.

그리고 교회에서 사모로서의 역할은 명확하게 정해져 있는 것(38%)보다 교회 형편에 따라 사역하는 경우(61%)가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두 기관이 목회자 사모세미나에 참석한 사모 27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이다.

성도들이 좋아하는 사모상에 대해서는 기도를 많이 하는 사모(53%),조용하고 현숙한 사모(26%)라고 응답했다.

한편 자신이 사모로서 명확한 역할이 있다고 대답한 사모들은 38%에 불과했으며, 역할에 대해 내조자(38%)나, 부분적 협력자(32%)일뿐 동역자(30)라는 인식은 별로 없는 것으로 분석됐다.

 

그리고 교회에서 사모가 두려워하는 것은 말실수(46%), 성도들과의 대인관계(27%), 설거지·청소 등 과도한 잡일(16%), 새벽예배 및 각종 공예배 참석(7%), 여성도들의 질투심(4%) 등이라고 밝혔다.

가장 보람을 느끼는 것은 교회가 부흥할 때(45%), 남편이 사모의 노고에 대해 격려해 줄 때(29%), 성도들에게 인정을 받을 때(21%), 자신의 성장을 위해 시간과 노력을 쏟을 때(4%), 자녀가 교인들의 모범이 될 때(1%)라고 응답했다.

그렇다면 과연 교회에서 사모는 누구인가.

누구든 목회자에게는 그의 소명을 묻는다. 신학교 입학 할 때에도, 목사 안수를 받기 전에도... 그리고서 목사가 된다. 그러나 사모에게는 누구도 소명을 확인 한 적이 없다. 그러나 남편 목사와 함께 동역하며 그 길을 간다. 강요된 소명이랄까... 여기서 아픔은 시작된다.

 

여기 한 사모에 관한 교인의 수필 한 토막을 소개한다.

 

‘... 그는 할 일이 없는 것 같은데 때로는 목사님보다 더 피곤하고 더 많은 일로 바쁘다. 겉으로는 표시가 나지 않지만 그는 뒤에서 큰 일을 항상 하고 있다. 그는 친구가 많은 것 같은데 실상 가까운 친구가 없다. 왜 그럴까? 그는 공적인 존재이기 때문에 교인 중 어느 한 사람하고 더 친할 수가 없다. 더 친하게 지낸다는 눈치만 보이면 저쪽에서는 벌써 흘기는 눈이 번뜩인다. 그렇기 때문에 사실상 사모는 고독하다. 억울한 일, 분한 일 모욕적인 일 들을 겪을 때가 가끔 있으나 그 화풀이를 누구한테도 할 수 없어. 눈물로 기도하고 하나님께 호소할 수밖에는 없다.

사모는 때로는 모델이 새 옷을 입고 무대에 나설 때 많은 사람들이 평가하는 것과 같이 사모가 입고 나오는 옷에 대하여 모델을 보듯 신자들이 모두 한 마디씩 하는데 각기 자기 눈에 따라서 만가지 평이 나온다. 좋은 말이건 흉을 보는 말이건 한바탕 듣고 나면 정신이 어리둥절해진다. 싸구려 옷을 입고 나와도 마찬가지다. 어떤 옷을 입고 나왔을 때 나이가 좀 든 교인들은 무슨 사모가 그런 옷을 입고 나왔느냐 하고 동년배들은 약간의 질투심이 있어 겉으로는 좋다고 하다가 뒤로 가서는 이러쿵저러쿵 흉을 본다. 반지 하나 끼고 나와도 센스가 빠른 여자는 얼른 알아보고 한마디한다. 목걸이도 거기다가 귀걸이까지 하면 야단법석이다. 도대체 사모는 왜 그렇게 시달려야(?) 하는가. 좋은 얘기든 나쁜 얘기든 가끔 화제의 주인공이 된다. 그는 직책도 없고 특별히 나설 일도 없다. 그런데도 유독 화제의 주인공이 된다...‘.

 

맞지 않은가. 끄덕이는 당신의 모습을 상상한다.

교회 현장에서 가장 미묘한 자리가 사모의 자리일수 있다. 그래서 가장 고독한 자리이기도 하다.

오래 전, 신학교의 실천 목회학 시간에 현직 목회자인 노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모든 여성도는 사모를 라이벌로 볼 수 있습니다. 혹은 모든 교인들이 사모의 시어머니일 수도 있습니다‘. 그의 평생의 경험일까?

교인들로부터 영광(?)은 남편인 목사가 받는다. 그러나 목사의 아내인 사모는 음지에서 일하는 존재일 뿐이다. 그녀는 강요된 사역자의 길을 가는 ‘특별한’ 존재이다.

 

이것을 생각하고 사모를 마음으로 배려하는 성도가 되라.

그러한 여성도가 많은 교회는 분명 따스한 교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