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8.18사태
나와 8.18
어제 8월 18일을 보내며
새삼 떠올린 생생한 기억이 있다.
76년 8월 18일.
그 해 1월에 군에 입대한 나는 6개월의 훈련 과정을 마치고 부대 배치를 받앗다.
며칠간의 귀가 휴가를 마치고 나의 배속처인 898부대를 찾았다.
부대의 구조나 형편도 채 익히기도 전이었다. 전 부대에는 비상이 걸렸다.
그것도 예사롭지 않은 긴박한 데프콘 * 비상.
8인치 포를 운용하는 우리 부대는 전방 즈음- 포병 특성상 보병의 뒷 즈음에-에 진지를 구축했다. 그리고 포를 방열했다. 분위기는 참으로 긴박했다.
듣자니 거기서 멀지 않은 판문점에서 북한 군이 도끼로 만행을 저질렀다는 얘기가 들렸다.
지휘관들은 수시로 지휘소에 집결했다.
우리가 위치한 거기서 포를 발사하면 개성을 넘어간다는 말들도 들렸다.
신참인 우리는 더욱 오그라들었다.
나는 종이와 펜을 챙겨들었다. 이 편지가 부쳐질 수 있는지 없는지는 모르겠지만 누군가에게 편지를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이게 유언일수도 있지 않은가...
그렇게 일주일 이상을 엄폐된 골짜기 뒤에서 지내었다.
그리고 얼마 후... 우리 부대는 철수하여 다시 복귀했다.
그 때나 지금이나 동일한 생각- 왜 우리는 여기 군에 있는가. 북한의 군대들이 마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저들의 가공할 무기는 모두 남한을 향해 배치되어 있다. 더 이상 무슨 설명이 필요한가.
근자의 천안함 사태를 생각한다.
지나가는 아이들을 불러놓고 물어도 다 아는 사실... 그건 북한군이 저지른 일이다. 아니면 일본이 그랬겠는가 중국이 그랬겠는가. 너무 자명한 사실을 자꾸만 달리 이야기하는 우리 사회는 불신의 세대이다.
안 믿기로 작심한 사람에게는 어느 무엇도 증거품이 될 수 없다.
우리는 북한의 안쓰러운 동포들을 생각한다.
그러나 그들 위에 군림한 소수의 지배 체제는 경계한다. 그들은 지구상에서 어쩌면 가장 무모한 집단일수 있다.
'인민의 피'를 뽑아 무기로 만드는 자들... 그런 자들을 동정하는 자가 있다면 그는 우리의 이웃이 아닐터이다.
이것이 자유 대한민국이 깨어 있어야 하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