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생각하며/저마다의 삶

나도 야구방망로 맞아 본 적이 있다

johnleejw 2010. 12. 1. 16:08

 

온 국민이 연평도 사태에 촉각을 곤두세운 즈음...

 

웬 이상한 뉴스가 안방에 흘러들어왔다.

 

‘ 재벌가 2세, 50대에 야구방망이 구타’

 

 

내용인 즉-

모 회장의 사촌동생이라는 40대 초반의 사람이 운전기사 유모(52)씨를 알루미늄 야구 방망이로 10여 차례 구타했다고...

최 전 대표가 유 씨를 폭행한 이유는 SK 본사 앞에서 1인 차량 시위를 했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

자신이 다니던 회사가 흡수 합병되면서 고용 승계에서 제외된 유씨는 회사 앞에서 1인 시위를 했다. 회사가 유씨의 탱크로리를 사겠다고 해 계약 차 찾아간 날, 최 전 대표는 유 씨에게 엎드려라, 한대에 100만원이다 라며 야구 방망이로 유 씨를 내리쳤다.

살려달라고 애원했지만 7~8명의 회사 간부들이 지켜보는 속에서 구타는 진행됐다.

유 씨는 야구 방망이로 13대를 맞았다.

그리고는 뺨과 얼굴도 가격했다.

폭행 후 유 씨가 작성한 서류 2장- 차량 가격 5000만 원, '매 값' 2000만 원.

 

 

나는 야구 방망이로 맞아본 적이 있다.

고등학교 시절. 학생부에는 교련 담당 교관들이 같이 있었다.

 

어느 날 아침, 다른 2명과 함께 무슨 일인가로 인해 불려갔다.

조교급 쯤 되는 병장이 야구 방망이를 들었다.

한참 힘자랑을 하고 싶은 나이인 그는 방망이를 휘둘렀다.

3대씩.

차라리... 그 순간 아무 생각이 나지 않았다.

그 후 며칠간 몸을 끌고서 학교를 등교했던 기억만 남아 있다. 그래도 분노는 없었다.

그건 학생으로서 맞는 매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2010년 대한민국.

그때와는 사뭇 다른 선진국에 진입한 이 나라- 의 한쪽에서는 아직도 야구 방망이 매질이 진행되고 있다한다.

그것도 우아한 회사 중역실에서 초로의 노동자를 ‘정식으로’ 엎드리고 하고서...

돌발적인 구타가 아닌 의도된 매라는 데에 더 황당함이 있다.

 

그 마음의 참혹함을- 설명하기 힘들 것 같다.

가진 자를 일컬어 사회 상류층이라는 말도 우스운 말이지만, 그 상류층에 속했다는 이들의 무분별한 행위들이 오늘 우리 대한민국을 이처럼 한없이 초라하게 만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