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hnleejw 2010. 12. 21. 11:03

** 옷걸이

 

수년전, 새봄을 맞이하며 집안을 정리하던 중 아내는 그 동안 모아진 옷걸이를 한뭉치 내놓았습니다.

이것을 골목 앞의 세탁소에 갖다주기 위해 집을 나섰습니다.

가던 중 문득 옷걸이들을 내려다보며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이 옷걸이 하나 하나에는 어떤 옷들이 걸려있었을까?

 

어떤 옷걸이에는 비싼 옷이 또 어떤 옷걸이에는 값싼 옷이 걸려 있었겠지... 또 어떤 것에는 우아한 옷이 어떤 것에는 초라한 옷이 걸렸을 수도 있었겠지..‘

 

잠깐씩 입혀지는 옷이 자기의 신분인 양 우쭐대는 옷걸이가 있다면 얼마나 우스꽝스러울까요?

사람이 자신의 본체(本體)를 정확히 알고 사는 것은 얼마나 중요할까요?

 

잠시 머무는 권좌를, 잠깐 앉은 지위를 영원한 것으로 여긴다든지, 그것으로 인해 입혀진 옷을 자기로 착각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을 없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