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생각하며/저마다의 삶

우리가 잊고 있는 사람, 로버트 박

johnleejw 2010. 1. 15. 06:00

 

우리가 잊고 있는 사람, 로버트 박

 

지난 해 연말 즈음, 자유를 만끽하는 남한의 성도들이 성탄절을 누리던 그 날, 한 청년이 북한으로 들어갔다. 얼어붙은 두만강을 걸어서.

한인 2세 로버트 박(28)씨. 따뜻한 미 남가주 출신인 그는 그 날 가족을 찾는 대신 북한 동포를 향해갔다.

 

그 뉴스가 단발로 전해지면서 우리는 혹 한 사리분별 못하는 젊은이가 또 한 차례 만용을 저지르는 것이 아닌가 우려부터 했다. 더구나 기독교인들은 아직도 생생한 아프간 인질 사태를 떠올리며 당황하기도 했다.

그러나 로버트 박, 그는 한 순간의 치기(稚氣)로 그렇게 행동한 것이 아님이 알려지고 있다.

 

그는 그렇게 살아왔었다. 그는 헐벗고 굶주린 이웃에 대한 사랑이 특별했음에, 서울에서 노숙자들을 볼 때마다 입은 옷이며 가진 돈을 털어주는 사람으로 인권운동 진영에는 잘 알려진 인물이었다. 그런 그에게 북한 동포는 가장 헐벗고 굶주린 이웃으로 다가왔다.

선교사로 멕시코의 노숙자들, 중국의 탈북자들을 도왔던 전력이 있는 그는 어느 시점부터는 한국에서 북한 인권활동에 전념해왔다. 그리고는 북한의 참혹한 인권실태에 대한 한국, 미국 등 국제사회의 침묵이 너무 깊다는 사실에 그는 참담함을 느꼈고, 그렇다면 누군가가 세계의 관심을 환기시켜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는 평소에도 맹수의 밥이 되었던 초기 기독교 순교자들을 말해왔다. 그런 그는 스스로를 그 몫으로 내놓기로 했다.

드디어 그는 편지를 들고 북한 땅으로 걸어 들어갔다. 국경을 개방하고 정치범 수용소를 폐쇄하며 정치범들을 석방하고 김정일이 물러날 것을 촉구하는 내용이었다.

 

아! 그는 무엇을 이루려고 두만강을 건넜을까. 입북 며칠 전 로이터 통신과 인터뷰를 하였다. 소외된 자들에게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하고, 자신의 체포뉴스를 계기로 국제사회가 북한에 대해 입을 열게 하려함이었다.

그는 자신을 폭탄처럼 내던져 이 파문이 이 나라를 국제사회를 흔들기를 고대했다.

그러나 세상은 다른 일들로 분요하다. 더구나 억압과 기아에 허덕이는 그들 북한을 같은 민족이라고 말하는 이 나라의 사람들은 더더욱 딴전만 부리고 있다.

 

그가 북한 땅에 억류된 지 이십여일, 그러나 세상은 잠잠하다.

그의 숭고한 희생정신은 높이 사지만, 현실성이 결여되었다는 반응과 함께, 용기는 대단하지만 무모한 행동으로 북한정권에 협상카드만 하나 더 안겨준 격이라는 비판까지 들린다.

그럴지도 모른다. 그래서 ‘젊음은 순수해서 아름답고, 순수해서 종종 무모’한 것이다..

로버트 박의 행동이 일회성 해프닝으로 끝날 지 어떤 거대한 반전의 흐름의 시작이 될지는 아무도 알 수가 없다.

 

그러나 적어도 같은 그리스도의 사랑을 말하는 우리는 그 앞에 머리를 숙일 수밖에 없다.

막연한 희생을 하기에는 너무나 계산적인 우리의 부끄러움을 볼 수도 있어야 한다.

우리는 그의 안녕을 기도해야 한다. 어찌하든 그로 인해 얼어붙은 북한의 인권 현실과 절박한 상황에 처한 이들이 새벽빛을 보는 계기가 되기를 빌어야 한다.

'살며 생각하며 > 저마다의 삶' 카테고리의 다른 글

눈 앞의 자동차 사고  (0) 2010.01.29
아이티 재난과 구호  (0) 2010.01.24
세종시 사태- 사안과 사람을 구별 못하는 나라  (0) 2010.01.14
메리 크리스마스!  (0) 2009.12.24
뮤지컬 영웅  (0) 2009.1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