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최근에 가까이 지내던 고교 동창의 부친상에 조문을 갔었습니다.
거기서 실로 30년 만에 많은 동창들을 만나고 옛 이야기로 야심한 밤까지 머물다 왔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함석헌 선생의 시 ‘그대 그런 사람을 가졌는가’를 떠올렸습니다.
만리 길 나서는 길/ 처자를 내맡기며 /맘놓고 갈 만한 사람/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이 다 나를 버려 / 마음이 외로울 때에도/ "저 맘이야"하고 믿어지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탔던 배 꺼지는 시간 / 구명대 서로 사양하며/ "너만은 제발 살아다오" 할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불의의 사형장에서 / "다 죽어도 너희 세상 빛을 위해/ 저만은 살려 두거라" 일러 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잊지 못할 이 세상을 놓고 떠나려 할 때/ "저 하나 있으니" 하며 /빙긋이 웃고 눈을 감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의 찬성보다도 /"아니"하고 가만히 머리 흔들 그 한 얼굴 생각에 /알뜰한 유혹을 물리치게 되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당신에게는
오늘 그 친구가 곁에 있습니까?
추신/ 귀뜸! 제게는 그 친구보다도 더 애틋한 친구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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