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로이(2)- 분노의 허구
불멸의 전사 아킬레스는
자신의 사촌이 트로이의 왕자 헥톨과의 전투에서 죽었다는 사실을 알고는
단기를 몰아 성 앞으로 달려갑니다.
궁사들의 활을 저지시킨 왕자 헥톨은 단신으로 성문을 열고 나가고,
둘만의 전투가 시작됩니다.
타고난 무예와 분노로 무장한 아킬레스는
결국 트로이의 사람들이 내려다보는 가운데 헥톨의 가슴에 깊이 칼을 꽂아 넣습니다.
그리고는 마치 전리품인 냥 헥톨을 말에 매단 채 달려 돌아옵니다.
그날 밤,
아킬레스의 천막에 한 노인이 찾아옵니다.
바로 적 왕이자 낮에 죽은 헥톨의 아버지입니다.
그는 무릎을 꿇은 채 자기 아들의 시신을 돌려달라고 간청합니다.
아킬레스는 ‘그가 내 사촌을 죽였다’ 라고 항변합니다.
이때 왕은 이런 말을 합니다.
‘그러면 그대가 죽인 사람 가운데 누군가의 사촌들은 그 얼마며 형제들은 그 얼마였겠는가..’.
이 대사 속에서 우리는
우리 자신의 수많은 허구를 보는 듯합니다.
우리는 너무나 당당히
자기만의 피해 받음을 호소합니다.
나만이 억울하다고 주장합니다.
내가 당한 일을 토로합니다.
내가 자행한 일은 침묵합니다.
그래서 분노를 정당시하고 복수를 당연시합니다.
그 안에 내가 저지른 수많은 악들은 감춰져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내가 하는 무력은 정당방위이고 저가 하는 무력은 폭력입니다.
아, 얼마나 크나큰 모순이 우리 안에 있는 것 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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