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생각하며/저마다의 삶

설국 열차에는 구원이 없다

johnleejw 2013. 8. 7. 11:02

2013 폭염을 가로질러 다가온 영화

얼어붙은 설원을 끝없이 달리는 열차 이야기.

영화 설국 열차는 원작이 따로 있는 작품이다.

그것도 원작은 만화이다.

자크 로브 , 뱅자맹 르그랑 지음.

 

 

* 이 책에 대한 평가들...

 

극단적 환경 설정을 통해 디스토피아적 문명 사회에 대한 엄중한 경고이자 풍자를 전한다. ―《한겨레

눈앞의 이익만을 위해 다투는 인간의 어리석음을 꼬집었다. ―《동아일보

흥미진진한 종말론적 SF이자 절묘한 정치적 풍자 ―《씨네21

 

 

* 영화와의 만남

 

2005년 어느 날, 이 만화를 처음 손에 쥐었을 때, 순식간에 나는 깨달았다.

이것이 내 인생의 한 시기를 통째로 집어삼키리라는 것을.

나의 위험천만한 영화적 모험은 그때 이미 시작되었다.

봉준호 (영화 설국열차감독)

 

 

* 만화와 영화의 차이 그리고 공통점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는 새로운 캐릭터를 창조하고 공간 설정부터 스토리 라인까지 새롭게 이야기를 다듬어 나가 원작 만화와는 차이가 있다.

그러나 세계 멸망 이후의 기본 설정을 공유하고 있고, 세부적인 사항들에서도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1. 동토의 설국을 달리는 열차 - 흰 눈으로 뒤덮인 세상의 모습

2. 철저한 계급 사회 - 꼬리칸부터 황금칸까지 철저하게 계급에 따라 삶의 공간이 나뉘는 열차. 세균 감염 루머가 퍼지자 중간 칸 사람들은 앞 칸으로 이동하려고 하나 저지당한다.

3. 혁명의 리더 - 꼬리칸에서 탈주해 맨 앞의 기관차까지 나아가는 죄수 프롤로프. 지배층에 대한 저항심으로 가득하다. 영화에서는 혁명을 이끄는 리더로 커티스가 등장한다.

4. 열차 탑승의 날 - 봉준호 감독은 영화의 프리퀄에 해당하는 애니메이션에서, 열차가 떠나던 날을 보여준다. 만화에서는 함축적으로 표현되었지만 애니메이션과 유사하게, 폭력이 난무하는 아수라장의 와중에 탑승에 성공한 사람들만이 살아남은 상황은 잘 전달되고 있다.

5. 서랍 감옥 - 2부에 등장하는 서랍 감옥. 영화에서는 남궁민수가 이 감옥에서 풀려나온다.

6. 열차의 설계자 - 기계 장치를 설계한 엔지니어 포레스티에. 프롤로프가 마지막에 기관차에서 맞닥뜨리는 인물. 영화에서는 열차의 설계자로 윌포드가 등장한다.

 

 

* 얼어붙은 세상을 가로지르는 노아의 방주

 

동서 냉전의 시기, 사치스러운 호시절을 누리던 중 기후 무기가 가동되고 예상치 못한 위력으로 재앙이 벌어진다. 지구는 눈으로 뒤덮인 백색의 사막이 된 것. 이 동토의 설국을 달리는 1001량의 열차 안에 무너진 세계의 마지막 생존자들이 살아가고 있다. 열차 속 세상은 계급 사회의 축소판이다. 권력을 독점한 황금칸 탑승자들은 맨 끝 꼬리칸 탑승자들에게 인간적 삶을 위한 최소한의 조건도 허용하지 않는다. 열차의 각 량은 생활공간부터 농사, 식품 가공, 군사, 감옥까지 각 용도에 맞게 이용되고, 기관차와 가까운 맨 앞 칸의 탑승자들이 열차를 지배한다. 그리고 사람들의 삶이 유지되려면 열차는 멈추지 않고 달려야만 한다. 이야기는 이 설정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이야기 전체를 관통하는 것은 한 치의 희망도 허용하지 않는 절망이다. 인류를 구조하려는 영웅들이 나타나지만 그들의 희생으로도 절대적 절망 앞에서 해결될 수 있는 것은 없다는 사실이 매순간 처절하게 드러난다. 이 만화는 갈등과 대립, 탐욕이 불러오는 파국 앞에서 쉽게 희망을 제시하지 않는다.

설국열차의 배경인 동서 냉전의 시대는 오래전 막을 내렸고 기술 문명이 더욱 발전했지만, 오늘날 지구 전체는 더욱 다양한 위기와 갈등, 기후 변화와 자연 재해의 공포 속에서 일상적인 긴장과 붕괴의 분위기를 마주하고 있다. 냉혹하고 탐욕스러운 계급 사회의 생리, 이것이 거짓을 설파하는 종교와 결탁했을 때의 혼란, 진실을 은폐하고 긴장을 고조시켜 이득을 얻으려는 지배 집단 등 현실 세계의 모습을 설국열차는 정확히 연상시킨다. 그래서 첫 출간 후 이제 세기가 바뀌었지만 여전히 예언서이자 묵시록과 같은 이야기며, 백색의 공포와 함께 전해진 준엄한 경고일 것이다. 마지막 페이지에서 역경(易經)지천태괘의 해석은 이 만화가 전하려는 평화공존의 메시지를 직접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 출판사 세미콜론의 서평 활용

 

 

    

어디나 인간이 모인 사회는 축소된 세상 그 자체이다.

초가집들이 옹기종기 모인 동리에도 갈등과 미움과 억울함과 죽음이 있다.

 

하나님의 나라의 미완성 표본이라고 불리우는 교회 마저

그 안에 온갖 인간 냄새들이 가득하다.

심지어는 갖은 핍박과 박해를 이겨낸 중국의 가정교회...

드려다보면 그들 안에도 여전히 세상이 있다.

 

설국열차-

세상을 축소하여

인간 사회의 구조적 현실을 보여주고

문제의식은 충분히 던져주는 영화이다

그러나... 거기 정답은 없다

 

출판사의 서평에는 이 열차를 노아 방주라고 했지만

설국 열차에는 구원이 없다

 

열차는 결국 끝없는 설원에서 완파되고

아이 둘 만이 거기서 걸어 나와 얼어붙은 바깥 세상을 향하여 한 걸음씩 발을 옮기는 것으로 끝난다.

저 아이들도 곧 죽겠구나...더 안쓰러운 절망감만이 무겁게 내려 앉는다.

 

 

p.s 만일 저 멀리 산봉우리의 나뭇가지에 새싹이라도 보였다면...

     다 죽은 줄 알았는데 누군가 열차로 부터 움직이는 사람들이 보였다면...

     우리는 소망의 끈을 붙들고 극장 문을 나설 수 있엇을 텐데.

 

 

'살며 생각하며 > 저마다의 삶'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욕먹기  (0) 2013.08.28
한 결혼식 스케치  (0) 2013.08.17
시내버스의 배려녀  (0) 2013.07.30
한강대교 진입로에서  (0) 2013.07.29
남편이 갑?  (0) 2013.07.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