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나는 부끄럽다
FIM대표 유선교사의 설교는 이번 주일에도 은혜로왔다.
유선교사는 설교 중, 자신의 지난 날의 고백을 나누었다.
자살하려고 관악산에 올라갔다.
수면제를 잔뜩 먹고 누웠는데 이튿날 쏟아지는 비에 깨어났다.
내려오는 길에 만난 친구...그가 팔목을 잡고 교회로 이끌었다.
거기서 자신의 삶은 완전히 바뀌었다.
그게 17세 였다.
이 대목에서 나는 나의 17세로 날아갔다.
그게 교회에서 고등부 회장 할 때였을 것이다.
시골에서 중학교 까지 마친 후 서울로 유학(!)을 떠나왔다.
여전히 촌뜨기였지만 교회생활에는 이력이 나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나는 교회 마당에서 컸기 때문. 내가 태어나던 해 부친은 외갓집 사랑방을 빌려 교회를 개척했다. 논일을 하다가는 달려와 예배를 인도하던 식으로 부친은 농부로서 농촌의 교회를 세웠다.
어렸던 내가 보고 들은 것이 교회 풍경... 그래서 소꿉놀이도 예배 놀이로 했다. 동리 꼬맹이들 모아놓고 찬송 부르고 설교도하고 기도도 하고 심지어는 헌금도 거두었다~.
초등학교 졸업 즈음에는 스스로 열심이 나서 4복음서를 독파하기도 했고 중학교 때에는 어른 들 틈에 끼어서 참여한 부흥회에서 회개의 체험들을 하기도 했다.
그리고 서울 살이 17세 때에도 나는 여전히 교회에서 뭔가를 하는 신앙이 괜찮은(?) 학생이었다.
그렇다면... 그 날 이후 나는 어디 쯤 왔을까.
인생을 구도의 여정이라고 한다면, 나는 얼마나 더 멀리 걸어왔을까. 얼마나 더 온전한 성숙의 발걸음을 행한 것일까.
17세에나 시작한 유선교사의 오늘의 풍성함을 바라보며 나는 더 작아진다.
그 뿐인가. 제법 오래 교제한 B목사는 대학교 시절에야 주님을 영접했다고 한다. 그런 뒤에 그는 급속한 믿음의 진보를 일구었다. 지금은 교계에서 다 알만한 목회자요 설교가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그에게는 넉넉한 신앙의 인품까지 배어들어 있다!
아, 나는 나의 긴 신앙의 이력이 부끄럽다.
그까짓 허접스런 일상에도 마음이 흔들리는
나의 이토록 불완전한 모습이 서러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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