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그네길 세월/사람, 사람들

내 친구 문 목사

johnleejw 2014. 10. 24. 11:46

바다 물고기의 살은 사실 짜지 않다

그 심해에 생존하면서 어떻게

염분과 상관없는 몸을 지속할까...

 

누구나 그 시대의 아들이라는 말이있다

나 역시 다분히 공감하는 말이기도 하고

 

성경의 대단한 이들도

가만히 드려다보면 그 시대의 풍습, 당대의 분위기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인간의 어줍잖음의 단면이다

 

우리 시대는 어떠할까

강력한 이 세상의 분위기는 마치 서울 공기마냥

우리 심령의 폐부까지 가득채우고 있다

 

'목사들의 세계' 역시 그 분위기가 있다

시대적 흐름이 있다

거기 뒤쳐지면 목회 현장에서나 노회, 총회 등의 마당에서도 살아남지도 못한다

그러기에 몰려다니고 패거리를 형성한다

 

문철영 목사를 생각한다

40여년전 한 고등학교에서 만났다

과가 틀리기에 사실 대면할 이유도 별로 없지만

방과후 활동인 유도부에서 그를 만났다

 

철우회관의 유도장에서 그와 나는 맞잡이를 자주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키가 작았지만 집요한 열심이 돋보인 녀석이었다

 

그 역시 졸업후 의무복무기간을 폐하고는

사연 사연을 넘어서 신학 수업을 했다

그리고 목회자의 길에 나섰다

 

그와 나는 또 다시 동종 업종(??) 에 머무는

지기가 되었다

 

지난 여름에는 드디어 그 지루한 학위와의 싸움도 마쳤다.

나이 60에 받는 학위...

어린 아이처럼 기뻐했다

 

엊저녁 늦은 그의 전화...

한없이 맑고 생기가 있다

이번에 장로를 세웠기에 '담임목사 위임식'을 한단다

25년 목회에 더디지만 이것도 은혜라고..

 

한술 터 뜬다

이번 가을 노회에서 '회록 부서기'에 당선(!) 됐단다

그것도 반대파를 우여곡절 끝에 누르고 됐단다

 

- 아, 우리 나이가 목사 연조가 어디쯤 와 있나

후배들이 노회장을 대부분 거쳐나가고 있는 터이다

그런데 노회임원 최말단에 등재하고 하나씩 하려고 한다고

이걸 겸허라고 할까... 용기라고 할까.

 

우리 고교 신우회 선후배들이 위임식날 좀 왔으면 좋겠단다

잔치상에 숱가락 하나 더 놓는 일이야 쉽지 않은가

힘이 없으니 그렇게라도 대접하고 싶다고...

 

위임식날 순서 맡을 이가 12명이나 되는데

그들 교통비 드리려고 인근 고교에서

 한달짜리 윤리교사 알바를 한고 있다한다

 

요지는 이거다

이렇게 때가 안묻는 사람도 있나

순전함... 으로 자기 인생의 날을 채우고 있는 그

더디게 천천히 그렇게 가는 이

작은 감사를 온 맘으로 받는 이

누구를 재단하고 속맘을 감추는 일을  못하는 이

 

내 친구 문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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