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 전화 받기
가끔 겪는 일이다
녀석이 모처럼 전화를 해왔다
건강.. 아이들... 안부를 주고받고 있는데
저쪽에 ‘착신 전화’신호가 들린다
녀석이 황급해졌다
‘어? 전화가 오네? 그럼 다음에 보세...’
아니, 그러려면 왜 내게 전화를 했노?
내가 전화를 한 경우는 더 하다
이런 저런 나눌 얘기가 있었다
그런데 ‘착신전화’음이 저쪽에 들린다
그가 서둘러 마무리 친다
‘그럼 온 전화 좀 받을 께’
마음을 전하려 했던 나는 한없이 머쓱하다
얼마 전까지 나도 그랬다
어느 날 은행 창구에서 배움을 얻었다
손님들이 밀려있어도 창구의 직원들은 차분하기만 하다
뒤에 서두르는 손님이 있어도 번호표 순서대로이다
완벽하게 일을 마쳐준다
그리고도 묻는다 ‘고객님 혹시 다른 도와드릴 일은 없습니까?’
그가 자리를 다 비킨 후에야 다음 손님을 맞는다
아, 저게 맞다
지금 나와 마주하고 있는 이
그가 이 순간에는 내게 가장 중요한 이이다
지금 내가 통화하고 있는 이
그가 지금은 내게 가장 중요한 사람이다
뒤에 온 전화는 이 통화 끝나고 하면 된다
그게 순서이니까
내게 착신 신호가 자꾸 울리면
통화 중 책상 위 다른 전화가 자꾸 나를 부르면
상대방이 말하겠지 ‘전화 받으세요’
그럼 나는 말해야겠다 ‘아니요 다른 전화는 끝나고 하면 됩니다’
새해를 위한 작은 결심 하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