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일 말고가 죽었다면
- 고난주간의 엉뚱한 묵상-
예수께서 잡히시던 밤
감람산에는 유다를 앞세운 무리들이 들이닥친다.
이 순간에 일어난 한 해프닝.
베드로가 칼을 빼어 대제사장의 종 말고의 귀를 벤다.
이 황당한 사건을 예수께서는 서둘러 봉합하신다.
우선 종의 귀를 만져 낫게 하셨다.
그리고는 베드로를 책하신다
‘칼을 가진 자는 칼로 망한다’ (마태)
‘이것까지 참으라’(누가)
‘칼을 칼집에 꽂으라’(요한)
생각건대,
베드로가 저들에게 계산된 의도로 귀만 벤 것은 아닐 터이다.
그 칼부림은 종의 죽음을 가져올 수 있었다.
만일 그 밤에 말고가 죽었다면 어찌 되었을까
이 해괴한 일이 발생했다면 주님의 십자가로의 행진은 뒤틀리지 않았을까
그의 수난은 이미 6세기 전에 이렇게 묘사된 바 있다
그가 곤욕을 당하여 괴로울 때에도 그의 입을 열지 아니하였음이여 마치 도수장으로 끌려 가는 어린 양과 털 깎는 자 앞에서 잠잠한 양 같이 그의 입을 열지 아니하였도다 (사53:7 )
하나님의 신속한 섭리는 베드로의 칼을 빗나가게 하셨다
오래전, 그 산에서 아브라함이 칼을 쳐들었을 때 보다 더 다급한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베드로의 그 충성은 주님을 가로막는 일이었다.
인간적 의리, 육신적 열심은 이렇게 종종 하나님의 길에 거침돌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