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 그리고 목양/목양 칼럼

새벽 기도자들의 함정

johnleejw 2009. 10. 6. 10:01

한국교회사 초기. 평양 장대현교회로부터 시도된 새벽 기도회... 그것이 그들의 전통이 되고, 전국으로 번져가게 되었다. 그래서 이제 한국교회는 기도하는 교회로 세계 교회에 알려지고 있다. 새벽 기도는 한국교회의 급성장의 한 요인으로 지목되기도 하며, 그래서 그런 논조로 쓰여진 논문들은 적잖은 학위자들을 양산해내기도 했다.

그래서 해외에 나가 있는 교포 교회들도 위치만 이동했지, 새벽 기도 등 하는 짓(?)은 한국교회 그대로다. 자, 문제는 그런 유별난 열심으로 매일 새벽 교회에 올라와 기도하는 이들이 "그 기도의 수고만큼 하나님을 알아가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그 열정만큼 신앙의 성장은 과연 있는가. 믿음의 성숙은, 그에 걸맞는 삶은 과연 있는 것일까.

그래서 한국교회 전체는 새벽에도 기도하는 교회로서의 "성숙의 레벨을 누리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교회에는 새벽 기도 나오는 사람들이 문제를 일으킨다." 오래 전에 한 연로한 목사님으로부터 들었던 기억이 있다. '아무려면, 안 나오는 사람들보다야 낫지...' 하는 생각이 내게는 있었다. 아직도 그 생각을 다 접고 싶지는 않다.  

그럼에도 목회 현장에 있으면서, 이 새벽 기도군(祈禱群)에 대해서 여러 생각을 곱씹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새벽 기도 시간에 종종 당부한다. “여러분이 이 아침에 열심히 나온 것은, 단지 나의 필요를 구하고 가는 것이 아니라 오늘치의 영의 양식을 공급받기 위해 나온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먼저 하나님의 말씀을 묵상하는 것입니다. 이 말씀을 구체적으로 내게 적용하는 연습을 하시고, 또 그것을 붙들고 치열한 기도를 하셔야 합니다."

그러나 예배 직후... 조명을 낮추고 각자의 기도에 들어가면 여전한 양태는 전개된다.

모두들 숨가쁘게 자신의 문제에 매달리기 시작한다. 주로 자식의 학교, 남편의 진급, 가족의 질병 문제 등... 그리고는 생각나는 사람들을 위해 중보 기도로 돌입한다. 그래서 통상 교회마다 새벽 기도자들의 숫자는 입시철, 진급 계절 등에 급상승 곡선을 긋는다. 
 
‘나는 일생 동안 새벽에 주님을 만난다’고 하는 분명한 의지를 세워놓고 매일-물론, 빠지는 일이 있을 수 있지만- 기도의 자리에 나아오는 사람은 결코 흔치 않다. 중보 기도도 좋고, 자신의 일용할 양식을 위한 기도도 좋다. 문제는 거기에 그날의 말씀으로 인한 돌이킴의 기도가 없고, 정작 자신의 영혼을 위한 성찰의 기도가 설 자리가 없다는 점이다.

눈물을 흘려도 자신의 궁핍한 영적 상태로 인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현실에 대한 한풀이식 눈물이 주류를 이룬다.그렇게 한바탕 준비된 시나리오의 기도를 쏟아낸 뒤 부지런히 교회당을 나선다 (집에 가며 남의 밭의 호박을 따다가 국을 끓여 먹는다.). 일단, 그렇게 교회문을 나서면... 그 순간 이후 그날 새벽 기도를 다녀온 사람이나 그렇지 않은 옆집 사람이나 아무런 차이가 없게 된다.

혹은 매일 새벽 기도를 나오는 신자나 일주일에 한 번 교회에 나오는 신자나 별반 교회 생활에서 다를 바가 없다. 그렇다면, "새벽 기도자들이 문제"라는 말은 어디서 나왔는가. 매일 이른 새벽에 깨어 교회에 나온다는 사실은- 적어도 한국교회 그림상 상당히 영적인 사람으로 평가된다. 남들도 그래서 그 앞에 기가 죽고, 자기 자신도 그것이 자기 의(義)가 되고 자랑이 된다.

‘교역자들이 새벽 기도도 빠지나...?’............‘야- 장로, 권사, 우습지도 않네. 새벽에 기도도 안 해...’ 판단하게 되고 말하게 된다. 이래서 교회 내 불평이나 말의 진원지가 되곤 한다. 교회들이, 우리 교회는 몇 명씩이나 새벽 기도회에 나온다고 자랑할 일이 아니라, 때만 되면 특별새벽 기도회라 하여 바람몰이로 승부를 낼 것이 아니라,

새벽 기도회후에 저들이 얼마나 그리스도의 제자로 살아 가느냐에 촛점을 맞춰야 한다. 아! 오늘 새벽에도 기도를 마치고 세상으로 나아온 우리의 동지들이여! 노블리스 오블리제- 그래, 새벽 기도자라 불리우는, 이 영광스런 이름만큼 살아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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