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몽에서 깨어나기
초여름 극장가를 공포물이 접수했다고 한다
비명을 지르면서도 공포 영화를 보는 심리는 뭘까
“악몽에서 깨어날 때의 기쁨을 관객이 경험하게 하라.”
스릴러의 거장 앨프리드 히치콕 감독의 말이란다
공포 영화는 무섭지만
관객은 안전하게(?) 집으로 돌아올 수 있다!
왜 공포 영화뿐이겠나
눈물로 가득한 비련의 영화도 마찬가지일 터
우리 초교가 있는 주포에는 극장이 없었다
그래서 때로 전교생 영화관람을 위해 청소까지 줄지어 걸었다
영화 상영 내내 주먹으로 눈물을 훔쳤던 ’저 하늘에도 슬픔이‘
가난과 가족의 아픔이 가득가득했던 영화
나는 그날 돌아오던 길을 잊지 못한다
시오릿길 철길을 내쳐서 달렸다
그런 이별과 그런 슬픔이 없는 내 식구들이 그리워
숨의 턱에 차도록 달리고 또 달렸다
’악몽에서 깨어날 때의 기쁨‘을 알뜰하게 경험했던
그 날 오후는 이제도 선연하다
아, 인생을 한바탕 악몽이라고 할 수 있다면
깨어날 때의 기쁨을 기대하는 이들이 하늘 순례자 아닐까
“주께서 나의 슬픔이 변하여 내게 춤이 되게 하시며 나의 베옷을 벗기고 기쁨으로 띠 띠우셨나이다” ( 시3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