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생각하며/저마다의 삶

황교안의 눈물

johnleejw 2015. 5. 26. 11:00

황교안의 눈물

 

이 글은 제목과 달리 지극히 비정치적인 글이다.

 

황교안 총리 후보자에 관한 보도를 봤다.

기사에 보니 축의금과 화환을 사양하고 가족끼리 조촐하게 치르겠다고 했지만, 축하 하객들이 식장을 가득메웠다고 한다. 화환들도 사양하고 축의금도 일절 받지 않고 방명록도 따로 두지 않았다고도 한다.

  그럼에도- 대통령, 대법원장 등의 화환들이 자리한 그 결혼식은 일반 서민들의 그것과는 사뭇 다른 것이었을 듯하다.

 

나의 경험으로 봐도 혼사는 단순치가 않았다.

일단 우리 부부도 애들 결혼식에는 축의금 탁자 자체를 치우자고 했었다.

평생 교인들에게 대접받으며(?) 사는데 그날은 전적으로 대접하는 날로 해보자고 했었다.

그런데 - 그게 단순치가 않았다.

일단 경제적인 형편이 받쳐주지를 못했다(부끄). 그리고 주위에서 그런 시도를 불편해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는 것을 눈치 챘다. 더구나 결혼식은 사돈댁이라는 상대방이 있었다. 서로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었다.

 

황교안 댁의 혼사 기사를 읽으며 마음에 생각에 남은 것은

'그의 눈물' 이었다.

그가 결혼식 중에 딸을 위해 직접 준비해 온 편지를 읽으며 눈물을 흘렸다는 대목.

식의 어느 순간에든지 아버지들은 딸을 보내는 날, 눈물과 상관이 있을 터이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아버지로서의 모습이랄까.

 

평생을 검사로 혹은 고위관료로 지내온 그이고, 지금은 일국의 총리 후보자로서 하마평에 오르는 그 '크나큰 인물'도 한 딸내미의 아빠일 뿐이다.

큰 국가 대사를 논하는 그의 얼굴보다

외딸의 출가에 눈물을 훔치는 모습이 사람의 기본의 모습이라고 생각되었다.

아내의 성실한 남편이되고

자식의 신실한 아비가 되고

동리 사람들에게 믿음직한 이웃이 되는 일, 그런 것 말이다.

 

그 기본에서 잘못된 사람들이 오늘 많다.

인격은 그의 일상에 올올히 배어있다.

내가 시대를 만들고 내가 온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스스로 속는 이들이 많다.

이념이나 이데올로기라는 신기루 만을 좇는 이들도 있다.

 

나에 대한 사람들의 하마평이 내가 아니다.

사람들이 붙혀준 나의 명찰이

사람들이 불러주는 나의 직책이

그리고 내가 탄 승용차가 내가 아니다.

사람들이 마련해준 꽃이나 상석도 내가 아니다.

 

그러기에 종교개혁보다 힘든 것은 바로

자기 개혁이다.

 

 

 

p.s 90평생을 한국 정치사의 정점에서 살아온 노 정객이 근자에 했다는 말

정치는 허업(虛業) 이라는 말이 여기에 덧붙여져도 괜찮겠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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