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발소 아저씨
새로 이사를 가면 이발소를 정하는 것도 일이다
이제껏 내 경험으로는 부부 이발소가 가장 편하다
시설은 대충 촌스럽지만 분위기가 남사스럽지 않다
이번 이사 후 사귄 이발소 아저씨는 충북 음성이 고향이란다
들어서면 부부가 막 식사 마쳤는지 된장국 냄새가 날 때도 있다
35년간 손을 맞춰온 연고일까 컷트 면도 세발이 일사분란이다
근데 왜 십수년 전의 그 생각이 났을까
대중탕과 바깥손님이 어우러지던 수유리 동리의 이발소
달력에 쓰여진- 눈 째짐, 머리 뾰죽, 노랑머리...
뭘까? 머리 깎고는 그냥 도망간 사람들이란다
수유리 이발소 얘기를 듣던 음성 아저씨가 말한다
그 사람들은... 미쳐 돈 내는 걸 잊어서 그랬을꺼예유
얘기하다가 손님도 잊고 나도 잊고 그냥 가기도 하거든유
돌아오면서 생각한다
나는 왜 그렇게 생각하지 못했을까
도망 간 것이 아니라 깜박 잊었을 거라는....
이 아저씨의 넉넉함은 삶의 연륜일까 따뜻한 눈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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