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생각하며/지하철 사랑의 편지

연주대에서

johnleejw 2009. 9. 30. 09:58

연주대에서

 여유로운   관악산 자락...

 

 

 

 

모처럼 작심하고 관악산에 올랐습니다.

예상보다 훨씬 많은 등산객들이 산을 메우고 있었습니다. 정상에서 커피를 한 잔 사서 마셨습니다.

그렇게 숨을 돌리고는 바로 밑의 연주암의 마당으로 들어섰습니다.

마침 암자 지붕의 기와를 벗겨내는 작업이 한창이었습니다. 마당에는 새로이 얹을 기와가 쌓여있고, 그 기와를 ‘시주’할 사람들이 거기 웅성거리고 있었습니다. 누군가의 ‘오늘이 마지막이요. 이런 기회가 쉬 오지 않아요’ 라는 호객성 외침도 들려왔습니다.

사람들의 어깨너머로 들여다보았습니다.

기와에는 흰색 페인트로 ‘소원 성취 건강 발원’이라는 문구와 함께 드리는 이의 가족의 이름들이 쓰여지고 있었습니다.

또한 저만치 대웅전에서는 참으로 진지한 몸짓으로 절하는 이들이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 뒷모습에서도 배어나는 애잔함- 저들이 그토록 절실하게 비는 내용은 무엇일까.

인간과 종교- 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결국 이 세상에서의 '문제'를 해결하고 여기서의 성취를 기원하는 것이 종교라면, 모든 종교는 결국 비슷한 것이고, 그렇다면 가급적 더욱 ‘센’ 종교를 택하여 신봉하는 것이 낫겠다 싶었습니다. 출세와 성공과 형통과 자랑은 하늘 아래 사람들의 모두의 목표이고 그것을 향하여 어떤 방법도 동원하는 것이 인간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진정, 자존하시는 하나님이 계시다면- 그 분을 알아가고 그 분의 뜻을 내 제한 된 생에서 실현해 가는 것이 우리의 삶의 목적이 될 것은 자명한 일이겠습니다. 뭔가를 빌고 그것을 얻어내고 신의 힘으로 능력을 행하고...이런 것들은 분명 한참 낮은 차원의 기독교이겠습니다.

과천으로 걸어 내려오면서도 생각은 계속되었습니다.

마침 시내로 길 따라 오다보니 낯익은 골목을 지나고 있었습니다. 과천외고 곁길이었습니다. 작은 애 사랑이를 종종 이른 아침 싣고 달려오던 바로 그 골목이구나! 그런 사랑이는 이미 대학교를 마쳤습니다. 이제는 이른 아침에 이곳에 올 이유도 없습니다. 스쳐지나간 셈이지요.

 

그래- 인생의 날들은 이렇게 날아가는 거야.

인생의 참으로 덧없음과 하나님의 영원하심....

이것은 어떠한 필설로도 그려낼 수 가 없습니다.

 

아! 진리는 너무도 깊은 곳에 있고, 나는 너무도 얕은 곳에 서성이고 있는 것이 분명합니다.

 

 

 

'살며 생각하며 > 지하철 사랑의 편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누가 더 강한가  (0) 2009.10.02
당신의 건강  (0) 2009.10.01
그런 사람이 있습니까?   (0) 2009.09.30
당신의 습관  (0) 2009.09.28
진정한 가치  (0) 2009.09.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