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뒤에 남아
몇 주 전 가을에 아내를 떠나보낸
그 친구가 들렀다
따뜻한 밥이나 한번 먹자고
몇 번 연락했던 터
충격과 아픔의 그늘이 얼굴에서 벗어지기에
2개월의 시간은 너무도 짧다
아내는 조금 컨디션이 덜 좋아 병원에 갔었단다
그냥 검사하러 들렀다가... 끝내 걸어 나오지 못했다
장례 치루며 정든 고향에 아내를 묻고 싶었지만
멀다는 자녀들의 반대에 서울 인근 납골당에 안치했다
그가 40년째 살아왔다는 마포의 한 동리
이웃 사람들 인사에 힘들어서 이사를 생각한다고 했다
무엇보다 아내와 함께 찬거리 사 들고 들어오던 골목
이제 나 홀로 뭐 들고 오노라면 몸이 땅속으로 들어가는 듯하다고
교회에는 아직 아내의 자리가 그대로 있고
거기 아내의 백이, 펼쳐진 성경이 그냥 있다
사회생활 접고 늦깎이 신학 후 목회 길에 나선 그
교회에 혼신을 다하던 아내는 개척교회 사모를 벗어나지 못했다
누구도 자신을 향한 하나님의 뜻을 탓할 수 없지만
모든 것을 드리기로 작정한 종들의 낙심은 더욱 아프다
“내일 일을 너희가 알지 못하는도다 너희 생명이 무엇이냐 너희는 잠깐 보이다가 없어지는 안개니라” (약4:14)
*그림 이흥우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