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생각하며/저마다의 삶

교사 체벌과 서울시교육청의 졸렬한 대응

johnleejw 2010. 7. 20. 10:55

최근 서울 동작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벌어진 교사의 학생 폭행사건이 일파만파이다.

 

거의 신경질 적인 모습으로 학생을 때리고 밀치는 교사의 흐릿한 동영상이 연일 보도되었다. 누구나 저런저런... 하며 볼 수밖에 없는 정황.

그러나 그것을 보면서 나는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저것을 순간 포착처럼 찍어낸 그 반의 아이...가 무섭다.

 

교직 생활을 경험한 나로서는 여러 가지 생각이 교차한다.

진정 교사와 학생 간의 관계는 존경과 신뢰, 애정과 인내로 이루어진다.

교사의 체벌이 폭행이라는 단어로 변착되면서 우리 사회의 학교는 경계 대상 내지는 혐오 대상으로 여겨지는 것은 아닌지 두렵다.

학교 교육 현장에서 중요한 것은, 단지 체벌의 유무가 아니다. 

그것- 칭찬이든 징계이든- 이 과연 제자에 대한 진정한 마음에서 비롯된 행위인가가 문제이다.

 

부모인 우리 자신의 학창시절을 돌아보라.

어느 선생님이 기억에 남고 감사의 마음을 불러일으키는가.

어쩌면 아이들에 대한 무관심이 체질화된 교사, 피교육자를 사무적으로 대하는 교사야 말로 가장 악한 경우일 것이다.

 

학교에 있는 동안 스승의 날을 여러 차례 지내었다. 이미 졸업해 나간 학생들이 스승을 찾아뵙는 것을 지켜보곤 했다.

나의 교목실에는 두 분의 교사가 함께 있었다. 이미 십수년씩 교직에 있던 두 분.

그런데 성격이 좀 급하여 때로 아이들에게 매를 대는, 그러나 지극히 인간미가 있는 그 선생님을 찾아오는 옛 제자들이 '훨씬' 많았다고 생각한다.

진정한 교육은 교사에 대한 존경과 학생에 대한 애정이 함께 머무는 교실에서만 가능하다.

 

이번 사태의 한심한 정점은, 서울교육청이 이 사건을 계기로 체벌에 대한 비난 여론이 비등하자 바로 체벌을 전면 금지하겠다고 선언했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급조하는 법 만능시대에 들어갔는가.

모든 부모의 자녀 체벌을 금하는 법을 만들었다 치자. 얼마나 웃기는 얘기인가. 예부터 '군사부 일체'라는 말이 있어왔다. 거기 담긴 깊은 의미를 모르는 이가 있는가.  그래서 예부터 훈장님은 아이들 종아리를 때렸고 사려 깊은 부모들은 산에 싸리를 잘라다가 훈장에게 드렸다.

 

서울시 교육청 법-  무조건 학생 체벌을 금함. 

아! 이게 우리의 현실이다. 죽 끓듯한다고 할까? 정책 수립마저 이토록 감성적일 수 있는가? 그러한 결정이 앞으로 어떤 문제를 야기할지, 그 외에 다른 대안은 없는지... 그런 숙고의 과정이 생략된 채 우리의 정책은 만들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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