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중에 익숙하지 않은, 그러나 낯설지 않은 이름의 전화를 받았다.
제법 교계에 널리 알려진 목회자이다.
그의 비서실을 통해서 전화가 연결되었다.
그는 자신의 교회와 이름을 말했다.
용건의 요지는...
‘요즘 한국 교회를 바라보며 선지자적인 주제를 선택하여 기획 설교로 가고 있다’고.
그런데 이번의 주제를 놓고 준비하는 중에 나의 글들을 보게 되었다고 했다.
‘천주교적일지는 모르나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글 쓰는 이 따로 있고 말하는 이 따로 있다.... ’
여기서의 말은 설교를 의미하는 것이겠다.
그의 설교는 비서가 자료를 뽑고 준비를 맡는 듯 했다...
그런데 자료 글을 읽다 보니, 나의 글이 자신의 생각과 너무 똑 같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내가 그대로 인용해서 설교해도 되겠는가’ 하는 요지였다.
나름- 신선한 느낌이 다가왔다.
다른 이의 글을 저자에게 밝히고 인용하는 설교자가 몇이나 되겠는가.
그럼에도 개인적으로 내게 남는 찜찜함은...
설교 준비해주는 이가 따로 있고 담임목사는 그것을 들고 나가 외친다는 논리... 글쎄 그것이 내게는 선뜻 수용되지 않는다.
물론 해 아래 완전한 새 것이 어디 있으며
나의 머릿속에 들어온 지식마저도 내가 창조한 것이 얼마나 되겠는가.
그러나 다른 이의 글이 통째로 인용되고
더구나 다른 이가 작업한 원고를 당연하게 들고 설 때... 아무래도 허전함이 가로막지는 않을까? 그로 인한 강단의 공허함이 남지는 않을까?
그것이
내가 직접 지은 밥을 내 자식에게 먹이고픈 순진한 엄마의 단순한 고집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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